<검블유>의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 박모건 덕분에 주목 받게 된 게임 작곡가라는 직업. 실제 그들은 일을 대하는 철저함, 그리고 업계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
BY 에디터 이석우 | 2019.10.16
박진배
박진배 대표는 게임 유저들에게는 ESTi라는 닉네임으로 더 익숙한,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작곡가 중 하나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애니메이션, 게임, 광고 등 다양한 음악을 제작한 그는 2015년, 에스티메이트(ESTIMATE)라는 엔터테인먼트사를 만들어 대중음악 아이돌 ‘유키카’를 데뷔시키기도 했다. “오랜 시간 작곡가로 활동하다 보니 대중가요에도 욕심이 났어요. 그간 <라그나로크> <아이돌 마스터> <마비노기> 등 PC, 모바일, 콘솔을 가리지 않고 유명한 게임 음악을 만들었지만 대중적으로는 작업물이 알려지지 않았죠. 연차가 쌓이니 은근히 콤플렉스가 되더라고요. 2000곡 정도 만들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 저의 노력이나 플랫폼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차라리 내가 대중음악에 도전하는 쪽이 빠르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던 중에, 그런 제 마음을 딱 담기 좋은 테라모토 유키카라는 아이돌이 나타난 거죠. 다음 소속사를 찾던 중이던 그녀와 바로 전속 계약을 맺었습니다.”
리듬 액션 게임 <디제이맥스>의 대표곡 ‘오블리비언’이 박진배 작가의 대표작.
물론 박진배 대표가 자신의 원점이었던 게임 음악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게임 음악만의 매력이 무엇이어서 그는 오랫동안 이 일에 매달릴 수 있었을까? 그는 완벽한 청자를 꼽는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 게이머는 음악을 무조건 들어야 해요. 그리고 그 시간은 상당히 길죠. 그런 반강제적 요소가 창작자로서는 매력적인 환경이에요. 왜냐하면 실험적인 음악도 일단 들려줄 수 있잖아요. 메이저한 음악보다 창작자의 크리에이티브를 훨씬 넓게 둘 수 있는 환경입니다.”
넥슨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의 모바일 버전 OST를 현재 작업 중.
게임이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산업으로 발전하면서 박진배 대표는 게임 작곡가도 하나의 직업군으로 정착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큰 인적 자본이 필요하다. “제가 일을 시작하던 시절에는 게임 작곡가란 직업이 없었어요. 개발자 중 사운드라는 파트직에 가까웠죠. 지금은 사람들에게 게임 작곡가라는 직업이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그다음 스텝을 구상해야 할 때라 생각해요.” 보통 작곡가는 실용음악학원이나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배우고, 곡을 팔아서 성공하는 길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박진배 대표는 게임 작곡가는 더욱 체계화된 구조 아래서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임 작곡가는 큰 회사에 들어갈 수 있어요. 억대 연봉의 직장인으로 성공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독특한 예술가죠. 방구석 지하실에서 대박만을 노리는 게 작곡가의 인생이 아니에요. 게임 작곡은 체계화된 공정 속에서 안정적인 삶과 창작을 동시에 일굴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그러면 자연히 젊은 인재가 많이 모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위해서 회사를 만들었죠.”
마블 엔터테인먼트 공식 제작 게임 <마블 배틀라인> OST 담당.
그는 업계의 토양을 일구고자 하는 자신의 동기를 20대 시절의 방황에서 찾는다. 게임 작곡가로 힘든 시행착오를 겪던 시절, 게임 선진국인 일본으로 건너가려는 생각을 하던 그를 만류했던 건 다름 아닌 일본의 게임 업계인들이었다. “그분들이 제게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우리도 처음부터 이런 게 아니었다고. 지금 미국과 일본의 선진화된 게임 제작 환경은 힘든 시기를 겪어온 산물이라고. 그런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후대를 양성하고 업계를 키우는 길을 걸어오게 됐습니다. 저의 경험과 기술을 좀 더 많이 공유하고 나눠주고 싶어요.”
싱글즈
게임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검블유>의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 박모건 덕분에 주목 받게 된 게임 작곡가라는 직업. 실제 그들은 일을 대하는 철저함, 그리고 업계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
BY 에디터 이석우 | 2019.10.16
박진배
박진배 대표는 게임 유저들에게는 ESTi라는 닉네임으로 더 익숙한,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작곡가 중 하나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애니메이션, 게임, 광고 등 다양한 음악을 제작한 그는 2015년, 에스티메이트(ESTIMATE)라는 엔터테인먼트사를 만들어 대중음악 아이돌 ‘유키카’를 데뷔시키기도 했다. “오랜 시간 작곡가로 활동하다 보니 대중가요에도 욕심이 났어요. 그간 <라그나로크> <아이돌 마스터> <마비노기> 등 PC, 모바일, 콘솔을 가리지 않고 유명한 게임 음악을 만들었지만 대중적으로는 작업물이 알려지지 않았죠. 연차가 쌓이니 은근히 콤플렉스가 되더라고요. 2000곡 정도 만들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 저의 노력이나 플랫폼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차라리 내가 대중음악에 도전하는 쪽이 빠르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던 중에, 그런 제 마음을 딱 담기 좋은 테라모토 유키카라는 아이돌이 나타난 거죠. 다음 소속사를 찾던 중이던 그녀와 바로 전속 계약을 맺었습니다.”
리듬 액션 게임 <디제이맥스>의 대표곡 ‘오블리비언’이 박진배 작가의 대표작.
물론 박진배 대표가 자신의 원점이었던 게임 음악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게임 음악만의 매력이 무엇이어서 그는 오랫동안 이 일에 매달릴 수 있었을까? 그는 완벽한 청자를 꼽는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 게이머는 음악을 무조건 들어야 해요. 그리고 그 시간은 상당히 길죠. 그런 반강제적 요소가 창작자로서는 매력적인 환경이에요. 왜냐하면 실험적인 음악도 일단 들려줄 수 있잖아요. 메이저한 음악보다 창작자의 크리에이티브를 훨씬 넓게 둘 수 있는 환경입니다.”
넥슨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의 모바일 버전 OST를 현재 작업 중.
게임이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산업으로 발전하면서 박진배 대표는 게임 작곡가도 하나의 직업군으로 정착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큰 인적 자본이 필요하다. “제가 일을 시작하던 시절에는 게임 작곡가란 직업이 없었어요. 개발자 중 사운드라는 파트직에 가까웠죠. 지금은 사람들에게 게임 작곡가라는 직업이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그다음 스텝을 구상해야 할 때라 생각해요.” 보통 작곡가는 실용음악학원이나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배우고, 곡을 팔아서 성공하는 길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박진배 대표는 게임 작곡가는 더욱 체계화된 구조 아래서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임 작곡가는 큰 회사에 들어갈 수 있어요. 억대 연봉의 직장인으로 성공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독특한 예술가죠. 방구석 지하실에서 대박만을 노리는 게 작곡가의 인생이 아니에요. 게임 작곡은 체계화된 공정 속에서 안정적인 삶과 창작을 동시에 일굴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그러면 자연히 젊은 인재가 많이 모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위해서 회사를 만들었죠.”
마블 엔터테인먼트 공식 제작 게임 <마블 배틀라인> OST 담당.
그는 업계의 토양을 일구고자 하는 자신의 동기를 20대 시절의 방황에서 찾는다. 게임 작곡가로 힘든 시행착오를 겪던 시절, 게임 선진국인 일본으로 건너가려는 생각을 하던 그를 만류했던 건 다름 아닌 일본의 게임 업계인들이었다. “그분들이 제게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우리도 처음부터 이런 게 아니었다고. 지금 미국과 일본의 선진화된 게임 제작 환경은 힘든 시기를 겪어온 산물이라고. 그런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후대를 양성하고 업계를 키우는 길을 걸어오게 됐습니다. 저의 경험과 기술을 좀 더 많이 공유하고 나눠주고 싶어요.”
에디터 이석우
사진 김태종,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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