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창간 7주년] 피플인터뷰│박진배 “유키카 데뷔, 대중가요 제작자 꿈 이뤄”
2019.03.07
일본 태생의 신인 가수가 한국 무대에 당찬 도전장을 냈다. 지난달 22일 데뷔곡 ‘네온’을 발표한 유키카(본명 테라모토 유키카)다. 일본에서 태어난 가수가 한국어 노래로 한국 무대에서 활동하는 모습은 가요 팬들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유키카가 소속된 회사는 에스티메이트 엔터테인먼트. 게임음악 작곡가 ESTi(에스티)로 잘 알려진 박진배 대표의 회사다. 한국에서 게임을 좀 했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그가 대중음악 아이돌을 데뷔시켰다는 점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국내 게임음악 작곡가가 직접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고 전속 가수를 키우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유키카의 데뷔 싱글 ‘네온’은 박진배 대표가 처음으로 프로듀싱을 맡은 대중가요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OST로 유명한 박 대표가 대중가요 작업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게임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작곡가가 대중가요에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없었기에 쉽게 도전에 나서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유키카라는 인물만을 보고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도전을 했는데, 반응이 좋은 듯해 다행”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키카의 데뷔 싱글 ‘네온’는 이른바 시티팝으로 분류된다. 시티팝은 1980년대 경제 성장 시기의 일본에서 유행하던 음악으로, 특유의 도시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레트로 바람이 불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에스티메이트 박진배 대표(왼쪽)와 유키카
“저는 시티팝이라 불리는 일본 옛날 음악을 한국에서 접하고 자라난 첫 세대”라고 말한 박진배 대표는 “제가 작곡했던 모든 음악의 요소에 반영돼 있을 정도로 애착이 강하다”라고 전했다. 시티팝을 좋아하는 것은 유키카도 마찬가지였다고. 박 대표는 “제가 일본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할 때 한국적인 요소로 돌파한 것처럼, 유키카 역시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의 자양분 자체가 가장 강하고 의미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유키카는 지난 2017년 방영된 국내 드라마 ‘아이돌마스터.KR–꿈을 드림’과 프로젝트 걸그룹 리얼걸프로젝트(Real Girls Project)로 활동하며 한국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박진배 대표와 유키카의 만남도 ‘아이돌마스터’ 한국 활동 곡 의뢰를 받으면서 이뤄졌다.
당시 박 대표는 ‘아이돌마스터’ IP 자체가 추구했던 모토를 다시 생각해, 유키카에게는 대형기획사의 아이돌 시스템이나 팀 포맷보다는 솔로 연예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유키카는 순한 이미지의 외모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근성이 있고 강하다”며 “디테일한 디렉션과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면 대부분은 스스로 알아서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진배 대표는 유키카의 데뷔를 준비하며 본인이 직접 만든 데모는 물론, 국내외의 베테랑 작곡가들의 곡들을 많이 받았다. 그는 “어느 곡으로 데뷔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 ‘네온’은 유키카가 직접 선택한 곡”이라며 “결과적으로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됐다”고 전했다.
독특한 점은 유키카가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소속 사무소에서 월급을 받으며 활동하는 연예인이 있지만 한국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제가 연예기획사를 처음 시작해서 그런지, 한국의 연예기획사의 투자 정산 시스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소위 ‘대박만 나면 빚을 갚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고문 같은 흥행 시스템은 낡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다보니 일본 매니지먼트 회사와 비슷한 계약방식이 됐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월급뿐만 아니라, 당연히 좋은 성적을 낼 경우에는 성과급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배 대표와 유키카는 평소에는 한국어로 이야기 하지만, 업무에 관련된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가끔 일본어를 쓰기도 한다. 그는 “일본말의 어감을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뉘앙스의 차이가 있기에, 디테일한 표현 등에는 일본말을 쓸 때가 있다”고 전했다.
박진배 대표는 이번 유키카의 프로듀싱과 데뷔 과정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 시장과 시스템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역시 결국은 더 좋은 음악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한 그는 “결국 남는 것은 그 시대의 기억으로 남겨지는 음악이므로, 필요한 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도 모두 거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은퇴 선언’으로 게임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은퇴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일이 너무 커져버렸던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보시다시피 원래 하려던 일에 연장선상에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며 “현재는 멋있고 세련된 음악을 위해 성태라는 다른 남자 가수도 함께 제작하는 등, 진지하게 제작자의 길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저의 원점이었던 게임음악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 라인게임즈의 ‘엑소스 히어로즈’ 등에 작곡가 겸 사운드 프로듀서로 참여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에스티메이트)
게임톡 백민재 기자 beck@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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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주년] 피플인터뷰│박진배 “유키카 데뷔, 대중가요 제작자 꿈 이뤄”
2019.03.07
일본 태생의 신인 가수가 한국 무대에 당찬 도전장을 냈다. 지난달 22일 데뷔곡 ‘네온’을 발표한 유키카(본명 테라모토 유키카)다. 일본에서 태어난 가수가 한국어 노래로 한국 무대에서 활동하는 모습은 가요 팬들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유키카가 소속된 회사는 에스티메이트 엔터테인먼트. 게임음악 작곡가 ESTi(에스티)로 잘 알려진 박진배 대표의 회사다. 한국에서 게임을 좀 했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그가 대중음악 아이돌을 데뷔시켰다는 점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국내 게임음악 작곡가가 직접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고 전속 가수를 키우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유키카의 데뷔 싱글 ‘네온’은 박진배 대표가 처음으로 프로듀싱을 맡은 대중가요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OST로 유명한 박 대표가 대중가요 작업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게임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작곡가가 대중가요에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없었기에 쉽게 도전에 나서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유키카라는 인물만을 보고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도전을 했는데, 반응이 좋은 듯해 다행”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키카의 데뷔 싱글 ‘네온’는 이른바 시티팝으로 분류된다. 시티팝은 1980년대 경제 성장 시기의 일본에서 유행하던 음악으로, 특유의 도시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레트로 바람이 불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에스티메이트 박진배 대표(왼쪽)와 유키카
“저는 시티팝이라 불리는 일본 옛날 음악을 한국에서 접하고 자라난 첫 세대”라고 말한 박진배 대표는 “제가 작곡했던 모든 음악의 요소에 반영돼 있을 정도로 애착이 강하다”라고 전했다. 시티팝을 좋아하는 것은 유키카도 마찬가지였다고. 박 대표는 “제가 일본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할 때 한국적인 요소로 돌파한 것처럼, 유키카 역시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의 자양분 자체가 가장 강하고 의미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유키카는 지난 2017년 방영된 국내 드라마 ‘아이돌마스터.KR–꿈을 드림’과 프로젝트 걸그룹 리얼걸프로젝트(Real Girls Project)로 활동하며 한국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박진배 대표와 유키카의 만남도 ‘아이돌마스터’ 한국 활동 곡 의뢰를 받으면서 이뤄졌다.
당시 박 대표는 ‘아이돌마스터’ IP 자체가 추구했던 모토를 다시 생각해, 유키카에게는 대형기획사의 아이돌 시스템이나 팀 포맷보다는 솔로 연예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유키카는 순한 이미지의 외모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근성이 있고 강하다”며 “디테일한 디렉션과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면 대부분은 스스로 알아서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진배 대표는 유키카의 데뷔를 준비하며 본인이 직접 만든 데모는 물론, 국내외의 베테랑 작곡가들의 곡들을 많이 받았다. 그는 “어느 곡으로 데뷔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 ‘네온’은 유키카가 직접 선택한 곡”이라며 “결과적으로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됐다”고 전했다.
독특한 점은 유키카가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소속 사무소에서 월급을 받으며 활동하는 연예인이 있지만 한국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제가 연예기획사를 처음 시작해서 그런지, 한국의 연예기획사의 투자 정산 시스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소위 ‘대박만 나면 빚을 갚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고문 같은 흥행 시스템은 낡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다보니 일본 매니지먼트 회사와 비슷한 계약방식이 됐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월급뿐만 아니라, 당연히 좋은 성적을 낼 경우에는 성과급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배 대표와 유키카는 평소에는 한국어로 이야기 하지만, 업무에 관련된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가끔 일본어를 쓰기도 한다. 그는 “일본말의 어감을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뉘앙스의 차이가 있기에, 디테일한 표현 등에는 일본말을 쓸 때가 있다”고 전했다.
박진배 대표는 이번 유키카의 프로듀싱과 데뷔 과정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 시장과 시스템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역시 결국은 더 좋은 음악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한 그는 “결국 남는 것은 그 시대의 기억으로 남겨지는 음악이므로, 필요한 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도 모두 거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은퇴 선언’으로 게임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은퇴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일이 너무 커져버렸던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보시다시피 원래 하려던 일에 연장선상에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며 “현재는 멋있고 세련된 음악을 위해 성태라는 다른 남자 가수도 함께 제작하는 등, 진지하게 제작자의 길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저의 원점이었던 게임음악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 라인게임즈의 ‘엑소스 히어로즈’ 등에 작곡가 겸 사운드 프로듀서로 참여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에스티메이트)
게임톡 백민재 기자 beck@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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