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앤 베이스' 음악을 평소 해왔던 그에게, 데브캣의 요청은 그야말로 '개이득'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예상과는 다른 아주 ‘고오급진 레퍼런스(?)’였다. 지금 것은 비트가 강하지만, 조금 여유 있고 잔 비트가 많다는 느낌이 든다. 상점은 덱을 뜯으면서 두근거림을 느끼는 곳이다. 레퍼런스 곡도 비트가 빨랐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것. 감독의 머릿속에 이미 OST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 그려진 경우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날아온 '고오급진' 레퍼런스.
사실, 당시 곡은 지금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소환 상점에서 쓰이고 있다. 물론, 이 곡은 감독이 말한 것처럼 <마비노기 듀얼>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데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음악이 있어야 할 곳을 잘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음악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것들이니까.
<마비노기 듀얼>에도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량된 음악이 반영됐다.
만약, 이 노래가 승인됐다면, <데스티니 차일드>에서는 다른 곡이 들렸을지도 모른다.
수정을 통해 최종 결정된 <마비노기 듀얼> 상점 음악. 결국, 두 곡은 있어야 할 곳에 자리잡았다.
한 번에 승낙될 경우는 매우 적다. 하지만, 적어도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좋아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더라. 물론, 뚜렷하게 파악되기는 어려우니, 좋은 것을 위해서 수정을 거듭하는 것은 누구나 예외가 없는 것 같다. 경력이 더 쌓이더라도 마찬가지다.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들이 발생할 것이다. 하기 싫거나, 혹은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만 결국 성장을 위해 받아들이는 개념으로 해석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다 보니, 조금씩 내가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영역에 가까워지더라. 지금 보여드리는 영상은, 그 영역에 닿은 결과물들이다.
사실 이 것들은 10대 때부터 하고 싶던 것들이다. 국내에서는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말씀 드린 그런 수정과 시행착오를 넘다 보니 어릴 때 좋았던 것을 하게 되는 기회를 잡게 됐다. 꾸준함과 일관성 있는 자세를 가진다면 지금은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애니 음악을 만들어도 게임 음악이 되기도 하는, 미디어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대가 왔다.
그 연속선상에서 최근 맡고 있는 타이틀이 <데스티니 차일드>다. 20년 가까이 함께 지낸 김형태 대표와 함게 한 게임이다. 취미를 공유하고 함께 많은 것을 꿈꾸다 보니 20년이 지나 <데스티니 차일드>로 함께 작업하는 계기까지 이어졌다.
많은 것을 함께 꿈꾸고 공유했던 두 사람은, 20년이 지나 <데스티니 차일드>로 함께하게 됐다.
<데스티니 차일드>에서는 BGM 및 노래 작곡, 편곡부터 사운드 효과음, 개발 툴 작업을 모두 맡았다. 성우 녹음부터 프로모션 영상 제작, 일본 유명 작가 섭외 및 일본어 감수 등 많은 부분을 맡고 있다. 비욘세와 연관성은 없지만, 게임명도 내가 지은 것이기도 하고.
맡은 것을 보면 알겠지만, <데스티니 차일드>의 작업은 마치 매주 방송되는 TV 애니메이션 작업 일정과 같다. 2주 사이클로 매주 같은 일정 대로 작업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내내 쉬지 않고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즐겁게, 이 일을 그렇게 하고 싶다. 물론, 다행인 것은 주 5일 작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대부분의 것들을 모두 하다 보니 그런 느낌이다.
다행히, 에스티메이트는 주 5일 근무를 지양 지향한다.
#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함께하면 ‘소망’은 현실이 된다
위에서 말한, 업계에 뛰어들기 원하는 20대 초, 중반의 이들에게 조언하자면, 살아남고 싶다면 되도록 ‘개발자의 경험’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되도록 대기업, 큰 곳에 취직해보자. 어딜 가든 다 사내 사운드팀, 오디오팀이 있다. 수시 채용도 한다. 비슷한 것을 알고 싶으면 가능한 큰 회사에 소속되어 큰 그림을 그려라. 거기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큰 조직의 회사에는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버 프로그래머, 그래픽, 기획 등 여러 부서가 구성되어 있어서 다른 조직의 업무도 파악할 수 있다. 세상은 혼자 있는 것이 아니고, 콘텐츠도 그렇다.
이러한 마인드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여러 조직에 있으면서 개발자라는 자세를 그분 들로부터 배웠고, 나를 지금의 아티스트로 있게 해줬다. 에스티메이트도 언젠가는 큰 회사가 될 것이다.
IPO(기업 공개) 등은 잘 모르겠지만, 반다이남코게임즈가 창업 초창기, 백화점 옥상에서 목마 두 개를 설치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 즐거움’을 추구한 것처럼, 에스티메이트도 그런 회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물론, 말처럼 취업은 쉽지 않다. 앞날에 대한 막막함도 분명 있다. 그럴 때는 조급함은 잠시 내려놓고, 밖에서 새로운 것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른바 '탈조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부정적인 의미로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웃음). 이보다 직관적인 단어가 없어서 써봤다.
내가 말 한 것은, 답이 안보이면 여러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느껴보기를 권한다는 뜻이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어도 좋다. 멈추거나 퇴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가 열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나도 곧 나갈 것이다.
연휴 간 일본에서 내 음악을 들으며 성장한 이들과 취미앨범인 '상크(CinQ)'를 만들었다. 오는 30일 일본 M3 음악 온리 이벤트에서 출시된다. 안 해봤으니까 그냥 해보는 거다. 새로운 무언가를 느껴보기 위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나도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그밖에, 공모전 등이 있다면 노려봐도 좋다. 에스티메이트 작곡가 중 ‘Seibin’이라는 분이 있다. 내가 작업한 <Ladymade Star>를 공모전에서 어레인지해서 기억했던 이름인데, 본인이 음악을 좋아하고 이쪽 일을 꾸준히 활동적으로 해오다 보니 결국 함께 일을 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무엇을 좋아해서 이것을 하는지,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하려고 많은 부분을 노력하기 바란다. 비록, 당시에는 구체화되지 않더라도 그것들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복선을 만들어서 여러분이 좋아하고 하고 싶던 ‘무언가’를 잇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넓은 세상 속에는 의외로 많은 답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그를 위해서는, 절대 웃음을 잃지 말 것.
디스이즈게임
2017.04.27
[NDC 17] ‘ESTi 박진배’, 그가 공유하는 20대 시절의 고민과 과정들
에스티메이트 박진배 대표가 20대 초, 중반 개발자에게 들려주는 게임 음악 이야기
ESTi, 에스티메이트 박진배 대표의 강연 주제는 ‘게임 음악 이야기’라는 콘셉트. 강연의 대상은 20대 초, 중반.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들이다.
1998년 <창세기전 서풍의 광시곡>으로 데뷔 후 지금까지 걷고 있는 ‘작곡가’의 길. 그리고 2006년부터 얼마 전 있었던 ‘가업으로 꽃집을 잇겠다’며 밝힌 총 6번의 은퇴(?). 그는 꾸준함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해왔다. 어떻게 보면 ‘은퇴’라는 말보다는 ‘전환’, ‘새로운 시도’가 어울릴 법도 하겠다.
<마비노기 듀얼>에서 나왔던 그의 카드명 ‘음유시인: 진배팍’이라는 이름이 유난히 잘 어울리기도 하고. 그가 20대, 일을 시작할 무렵 가졌던 생각과 과정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단순히 게임음악 작곡가의 지신 외에도 ‘개발자’, ‘사기꾼’, ‘트잉여’까지.
자신이 모든 것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스스로 끊임 없는 갱신을 하는 듯한 인물. 박진배 대표의 강연을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에스티메이트 박진배 대표
# “음악을 듣게 하는 것이 나의 일, 즐겁게 계속 해 나아갈 것”
1998년, <창세기전 서풍의 광시곡>을 통해 게임 업계에 이른 데뷔를 했다. 고2 겨울방학 때 지인의 도움 요청을 통해 시작된 작곡가의 길. 지금 생각해 보면 나름 파란만장한 길을 걸었던 것 같다.
올해 초, 트위터를 통해 얘기했던 ‘가업인 꽃집을 잇겠다’는 얘기. 많은 분들께서 알고 계실 것 같다. 밑에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가 남긴 말이 인상적이다. 농담, 진담 어느 쪽으로도 볼 수 있다. 모두 사실이다. 노후대책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웃음).
어머님이 꽃집을 운영하시면서, 손님이 없을 때 취미로 서예 등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괜찮겠다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왜 그런 말을 하게 됐는지는 강연을 통해 천천히 말씀 드리겠다.
‘작곡가’부터 ‘개발자’, ‘사기꾼’, ‘트잉여’. 나에게 어울리는 말은 무엇일까? 선택은 여러분의 자유이며, 뭐든 해당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음악을 취미로 한지는 좀 됐다. 시간이 많지 않더라. 여러분이 기억하는 곡을 만들었던 시절에 비하면 정말 음악을 취미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유한회사 에스티메이트(ESTIMATE)를 창업한 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었다. 작년 파란만장한 해를 보내고 이제 2017년을 맞이했다. 닉네임 ESTi와 친구의 뜻 ‘Mate’를 합친 단어다. 작곡가인 내가 시작한 회사지만, 음악만 만드는 회사로 한정 짓지는 않을 것이다.
구체적인 행보, 계획은 향후 구체적인 것들이 나오면 알려드리겠다. 대략 알려드리자면, 요즘 화제가 되는 IP(지식재산권)를 부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만드는 회사다. 물론, 위에서 말한 꽃집도 한다(웃음).
열심히 꽃집 일도 함께 하고 있다.
회사를 설립하고, 사장을 해보니 굉장히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음악이 덜 중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음악을 듣게 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집중하는 시간, 생각하거나 느낄 수 있는 여유 시간을 주게 하는 일.
그동안 잘 해왔으므로 앞으로도 이 일은 계속 할 것이다. 영원히 계속 해야하지 않나 싶다. 마치 ‘어그로꾼’ 처럼, “음악을 들어줘”. “인생의 여유를 가져줘”라고 깃발 잡고 이끄는 역할을 계속 해왔던 것 같다. 아마, 취미든 뭐든 그동안 하던 대로 음악을 계속 할 것 같다.
규모에 구분 없이 주어진 기회와 시간을 활용해 하던 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 작업을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취미가 즐겁고 좋은 것처럼, 음악은 그런 느낌으로 계속 할 것이다.
박진배 대표는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듣게 하는 일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비록, '빠삐놈'이 계속 기억에 남더라도.
# ‘테일즈 위버’부터 ‘데스티니 차일드’까지, 어릴 때부터 소망한 것에 가까워지는 과정
몇 개의 타이틀을 예시로 음악작업을 거친 과정에 대해 설명하겠다. NDC고 하니, 넥슨과 함께 작업했던 <테일즈 위버>, <마비노기 듀얼>을 예로 들겠다. <테일즈 위버>는 OST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당시 작업했던 남구민 님과 지금까지도 얘기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세컨드 런(Second Run)’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까”하는 것이다.
15년 전 휴학 때 작업했던 때도 그렇고, 당시를 돌이켜 보면 좋은 멜로디나 편곡을 했다는 기억은 잘 모르겠다. 다만, 나와 남구민 님이 당시 20대 시절, 여러분이 고민하고 느낀 감정을 똑같이 겪으면서 그런 과정이 <테일즈 위버> 음악에 묻어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그 노래를 듣고 공감해주신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여전히 일본 중고 CD 샵에 고가의 프리미엄 가격에 판매되고 있기도 하더라. 신기했다.
20대 시절의 곡들은 휴학생 당시 시절, 현재, 막연한 미래의 불안감 속에 나온 결과물이다.
박진배 대표는 곡을 통해 그런 감정이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테일즈 위버> 음악이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유저 여러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재작년 멜론 음악차트 1위를 기억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테일즈 위버>음악은 게임이 아직 살아있고, 10년이 넘게 여전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에 지금의 모습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넥슨, <테일즈 위버> 개발자 분들에게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넥슨 내부 사운드팀 레이블인 ‘네코드’에서 <테일즈 위버>, <마비노기 듀얼> 음악을 Apple Music을 통해 전세계 출시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테일즈 위버>에 성원해 주는 유저들이 있었기에 OST가 알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4년 진행했던 <마비노기 듀얼>은 역대 가장 까다로운 음악작업으로 기억한다. 당시 프로토타입이 어느 정도 나와있던 상태였는데, 당시 감독이 상점 음악을 드럼 앤 베이스(Drum & Bass)’로 해 달라고 요청하더라.
나는 <디제이맥스> 때 했던 경험도 있고 익숙한 장르여서 “물론이죠!”라고 단번에 승낙하고 편하게 작업해서 제출했다.
데브캣과 함께 했던 '역대급' 프로젝트, <마비노기 듀얼>
'드럼 앤 베이스' 음악을 평소 해왔던 그에게, 데브캣의 요청은 그야말로 '개이득'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예상과는 다른 아주 ‘고오급진 레퍼런스(?)’였다. 지금 것은 비트가 강하지만, 조금 여유 있고 잔 비트가 많다는 느낌이 든다. 상점은 덱을 뜯으면서 두근거림을 느끼는 곳이다. 레퍼런스 곡도 비트가 빨랐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것. 감독의 머릿속에 이미 OST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 그려진 경우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날아온 '고오급진' 레퍼런스.
사실, 당시 곡은 지금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소환 상점에서 쓰이고 있다. 물론, 이 곡은 감독이 말한 것처럼 <마비노기 듀얼>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데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음악이 있어야 할 곳을 잘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음악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것들이니까.
<마비노기 듀얼>에도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량된 음악이 반영됐다.
만약, 이 노래가 승인됐다면, <데스티니 차일드>에서는 다른 곡이 들렸을지도 모른다.
수정을 통해 최종 결정된 <마비노기 듀얼> 상점 음악. 결국, 두 곡은 있어야 할 곳에 자리잡았다.
한 번에 승낙될 경우는 매우 적다. 하지만, 적어도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좋아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더라. 물론, 뚜렷하게 파악되기는 어려우니, 좋은 것을 위해서 수정을 거듭하는 것은 누구나 예외가 없는 것 같다. 경력이 더 쌓이더라도 마찬가지다.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들이 발생할 것이다. 하기 싫거나, 혹은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만 결국 성장을 위해 받아들이는 개념으로 해석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다 보니, 조금씩 내가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영역에 가까워지더라. 지금 보여드리는 영상은, 그 영역에 닿은 결과물들이다.
사실 이 것들은 10대 때부터 하고 싶던 것들이다. 국내에서는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말씀 드린 그런 수정과 시행착오를 넘다 보니 어릴 때 좋았던 것을 하게 되는 기회를 잡게 됐다. 꾸준함과 일관성 있는 자세를 가진다면 지금은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애니 음악을 만들어도 게임 음악이 되기도 하는, 미디어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대가 왔다.
그 연속선상에서 최근 맡고 있는 타이틀이 <데스티니 차일드>다. 20년 가까이 함께 지낸 김형태 대표와 함게 한 게임이다. 취미를 공유하고 함께 많은 것을 꿈꾸다 보니 20년이 지나 <데스티니 차일드>로 함께 작업하는 계기까지 이어졌다.
많은 것을 함께 꿈꾸고 공유했던 두 사람은, 20년이 지나 <데스티니 차일드>로 함께하게 됐다.
<데스티니 차일드>에서는 BGM 및 노래 작곡, 편곡부터 사운드 효과음, 개발 툴 작업을 모두 맡았다. 성우 녹음부터 프로모션 영상 제작, 일본 유명 작가 섭외 및 일본어 감수 등 많은 부분을 맡고 있다. 비욘세와 연관성은 없지만, 게임명도 내가 지은 것이기도 하고.
맡은 것을 보면 알겠지만, <데스티니 차일드>의 작업은 마치 매주 방송되는 TV 애니메이션 작업 일정과 같다. 2주 사이클로 매주 같은 일정 대로 작업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내내 쉬지 않고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즐겁게, 이 일을 그렇게 하고 싶다. 물론, 다행인 것은 주 5일 작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대부분의 것들을 모두 하다 보니 그런 느낌이다.
다행히, 에스티메이트는 주 5일 근무를 지양 지향한다.
#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함께하면 ‘소망’은 현실이 된다
위에서 말한, 업계에 뛰어들기 원하는 20대 초, 중반의 이들에게 조언하자면, 살아남고 싶다면 되도록 ‘개발자의 경험’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되도록 대기업, 큰 곳에 취직해보자. 어딜 가든 다 사내 사운드팀, 오디오팀이 있다. 수시 채용도 한다. 비슷한 것을 알고 싶으면 가능한 큰 회사에 소속되어 큰 그림을 그려라. 거기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큰 조직의 회사에는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버 프로그래머, 그래픽, 기획 등 여러 부서가 구성되어 있어서 다른 조직의 업무도 파악할 수 있다. 세상은 혼자 있는 것이 아니고, 콘텐츠도 그렇다.
이러한 마인드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여러 조직에 있으면서 개발자라는 자세를 그분 들로부터 배웠고, 나를 지금의 아티스트로 있게 해줬다. 에스티메이트도 언젠가는 큰 회사가 될 것이다.
IPO(기업 공개) 등은 잘 모르겠지만, 반다이남코게임즈가 창업 초창기, 백화점 옥상에서 목마 두 개를 설치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 즐거움’을 추구한 것처럼, 에스티메이트도 그런 회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물론, 말처럼 취업은 쉽지 않다. 앞날에 대한 막막함도 분명 있다. 그럴 때는 조급함은 잠시 내려놓고, 밖에서 새로운 것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른바 '탈조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부정적인 의미로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웃음). 이보다 직관적인 단어가 없어서 써봤다.
내가 말 한 것은, 답이 안보이면 여러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느껴보기를 권한다는 뜻이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어도 좋다. 멈추거나 퇴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가 열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나도 곧 나갈 것이다.
연휴 간 일본에서 내 음악을 들으며 성장한 이들과 취미앨범인 '상크(CinQ)'를 만들었다. 오는 30일 일본 M3 음악 온리 이벤트에서 출시된다. 안 해봤으니까 그냥 해보는 거다. 새로운 무언가를 느껴보기 위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나도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그밖에, 공모전 등이 있다면 노려봐도 좋다. 에스티메이트 작곡가 중 ‘Seibin’이라는 분이 있다. 내가 작업한 <Ladymade Star>를 공모전에서 어레인지해서 기억했던 이름인데, 본인이 음악을 좋아하고 이쪽 일을 꾸준히 활동적으로 해오다 보니 결국 함께 일을 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무엇을 좋아해서 이것을 하는지,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하려고 많은 부분을 노력하기 바란다. 비록, 당시에는 구체화되지 않더라도 그것들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복선을 만들어서 여러분이 좋아하고 하고 싶던 ‘무언가’를 잇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넓은 세상 속에는 의외로 많은 답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그를 위해서는, 절대 웃음을 잃지 말 것.
201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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